키타큐슈 -> 이와쿠니-2 부입니다.
길이 제한이 있어서 그런지
한번에 끝까지 올라가지가 않네요.
2부 첫부분 부터 읽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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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물탄 듯도 하고 물에 술탄 듯도하고 밍밍한느낌이랄까요.
노래방 무알콜 맥주에 알콜탄 듯한 그런 느낌입니다.
근데 알콜이 조금 들어가니
뭔가 살짝 으슬 으슬해지는 듯 하면서도 갑자기 힘이 납니다.
뭐 힘나면 달려야지요.
그냥 잠시 달렸더니 술기운은 다 깨고
자고 일어나서 상쾌한 느낌으로 돌아갔다고 해야될까요.
재충전된 느낌에 신나게 달립니다.
토미를 지납니다.
뭔가 사고다발지역.. 같은 팻말이 걸려있군요.
적은양이긴 하지만 술이 좀 들어갔으니
조심조심해서 자전거 도로로 달립니다.
히로시마는 76 이와쿠니는 36 쿠가는 14..
음 이와쿠니까지는 갈 수 있을 듯 합니다.
어두워 지고 하니 좀 무섭기도 하고
왠지 약간 우울하면서 쓸쓸한 기분이 감돕니다.
현재 기온은 18도
옷이 얇아서 그런지
약간 쌀쌀하면서 추운 느낌입니다.
근데 어째 이상합니다.
슈난을 빠져나와서 그런지 다시 시골길과
업힐 다운힐이 펼쳐집니다.
어쩌면 오늘은 그냥 노상의 구석에 자리를 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깁니다.
아 그냥 슈난에서 아무곳이나 찾아서 잘걸 하는 후회가 들고
몸도 왠지 욱씬거리기 시작하는 듯 합니다.
길 중간중간에 방해물이 있어서 계속 긴장됩니다.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도 불안감 때문인지
피곤한거 같습니다.
식은땀이 흘러서 몸이 축축합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어둡고 춥습니다.
전 제가 되게 겁도없고 대범한 놈일줄 알았는데
본능적인 공포가 계속 몰려와서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입니다.
이와쿠니 도착했을즈음 왠 체육관 같은 건물이 보입니다.
근처에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차들만 지나다닙니다.
현재 시간은 11시쯤
아무래도 이와쿠니는 엄청나게 시골마을인거 같고
이 이상 가도 히로시마를 들어가지 않는한
별다른게 나오지 않을거 같습니다.
이게 체육관이 맞다면 뒤쪽에는 필시 운동장 혹은 주차장 같은게 있고
화장실도 있을겁니다.
온몸이 다 적고 찝찝하고 피곤해서 깨끗하게 씻지 않으면 내일
매우 곤란해 질거 같기떄문에
없다면 다시 다른곳으로 가야겠습니다
불행중 다행으로
뒤쪽으로 돌아가니 불켜진 화장실과 운동장이 보입니다.
어두워서 좀 무섭긴 하지만 지금은 더운밥 찬밥 가릴 때가 아니지라.
게다가 호스까지 있으니 금상첨화!
후달달..
일단 도착했으니 생존전화를 하기 위해 친구에게 전화를 걸러 가야겠습니다.
다행히도 건물 근처에 공중전화가 있더군요.
뭔가 좀 무서운 기분에 오늘은 무려 30엔을 넣고
조금 길 게 통화를 합니다.
뭐 그래봤자
나정태준인데이와쿠닌가어딘가도착했는데180킬로왔다엉덩이존내아파죽겠네아이고존내무서워
하니 아쉽게도 끊깁니다.
그러면서 다시 자전거를 끌고 땅에 뭐가 없나 조심조심 가다가
뭔가 느껴져서 고개를 드는 순간
갑자기..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생각할 틈도 없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면서
펄쩍 뛰어올랐습니다.
뭐 이딴데다 이걸 만들어 놨을까요.
정말이지 놀라운 동상이네요
정말이지 놀라서 기절할뻔 했습니다.
놀란가슴을 겨우 진정시키고 운동장으로 갑니다.
운동장에 팩(텐트못)을 박고 제대로 치고 자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바닥이 평평한게 좋을 것 같아서
뒤쪽 운동장의 벤치에 짐을 풀었습니다.
매도 맞아본놈이 잘 맞는다는 말처럼
어제 한번 캠핑을 했더니 벌써 노하우가 쌓여서 금방금방 펼칠 수 있었습니다.
어제는 팩을 박을 자리가 없어서 흐물흐물한채로 잤는데
아이디어로 깃대에서 깃발을 제거하고 그걸 벤치사이에 끼고 팩자리에 통과시킨후
팽팽하게 하니 팩을 안박아도 완벽하게 텐트가 쳐졌습니다.
자전거 라이트를 비춰가면서 조명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도
훌륭하게 텐트를 쳐내고 나니
두려움이 살짝 가시면서,
흥미진진한 느낌 마저 듭니다.
이제는 씻기만 하면
오늘을 완벽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위에서 보듯이 이렇게 노출된 구조인데
어떻게 씻을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아무도 보는사람도 없는데...
홀딱 벗고 하지 뭐...
하는 생각으로 훌렁 벗고
냄비에 물을 받아서 확확 끼얹으면서
차갑지 않도록 몸을 마구 문지르면서
찬물에 후닥닥 샤워를 했습니다.
근데 왠지 찬물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그런느낌.
힐끗 보니 막 온 몸에서 하얀 김이 뿜어져 나옵니다.
막 기가 모이는 듯한 그런 느낌입니다.
샤워를 끝내고 엉덩이에 연고를 살살 발라주었습니다.
후끈한 샤워를 끝내고나서 셀카 한 장
옷은 긴팔 티셔츠 위에 윈드브레이커를 껴입고 버프로 목을 보온.
아래는 반바지라 안습..
볼따구가 후끈후끈하면서 노곤노곤한 느낌입니다
이틀만에 하는 샤워라 그런지 더욱 시원한거 같습니다.
그리고서 의기양양하게 라면을 끓이는데
뭔가 없습니다.
... 그러고 보니 젓가락을 또 안챙겼습니다.
어제 스포크로 먹으면서 젓가락질 자체에 너무 집중하면서 먹어서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분간이 안되서 안습이었는데..
그걸 또 반복하자니 막막한 기분입니다.
생각해보니 오늘 젓가락을 가져올 만한 정신머리나
기회가 없었군요.
하지만 인간은 진화하는 동물이죠.
어제는 아예 꺼내지 않아서 몰랐었는데
오늘 처음 꺼내본
텐트 팩은 정말이지 젓가락 그자체 입니다.
라이트에 영롱하게 비치는 면빨을 보며
고급 알루미늄 젓가락으로 편안하게 라면을 먹습니다.
따뜻한 국물이 들어오니 한층더 편안해 지면서.
마음속에 남아있던 두려움이 녹아 없어지는 느낌입니다.
라면을 팩으로 먹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데
오래전에 봤던 생존게임이라는 만화책이 떠올랐습니다.
대충 내용이 어디 놀러갔다가 지진나고 뭐 개발살이 났는데
도쿄에 있는 가족을 찾으러 가면서 산전수전공중전에동래파전까지
다 겪는다는 내용입니다.
왠지 지금의 정태준 상황과 0.1mg 정도 비슷한 느낌에
왠지 설레이는 느낌입니다.
내일은 또 어떤 사건과 고난이 다가올런지
오히려 흥미진진 해지는 느낌이랄까요.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니 참 혼자서도 잘합니다.
찌질대다 보니 드디어 미쳤나 봅니다.
원래는 TAEJUNE.COM 까지 쓰려고 했는데
노출 시간이 한계가 있어서 여기까지만
그러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니
온통 하늘에 별입니다.
그동안 도심에만 있고, 앞이나 아래만 바라보고 가다보니 전혀 느끼지 못했었는데
시골에다가 주변도 어두워서 그런지
정말 엄청나게 많은 별이 보입니다.
잠깐동안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뭔가 형용하기 힘든 감동이랄까요.
추워서 그런걸까요.
전기 같은게 가슴속을 관통하면서
찌리리리 흐르는 그런 기분입니다.
그 감동을 간직한채로
침낭속에 들어가 잡생각할 겨를도 없이
추위도 잊은채로 잠속으로 빨려들어갔습니다.
아쯔이데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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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지역
키타큐슈 - 이와쿠니
이동거리
180km
이동시간
15 시간
사용 금액
967엔
도쿄까지 남은거리
1020km